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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낳고 처음으로 모유수유를 했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그땐 내 몸에서 난생처음으로 이상한 액체가 나오는 것도 신기했고 갓 태어난 네가 그걸 '모유'라고 내품에서 빨아먹는데 어찌나 감동스럽던지..

어머, 어머, 하면서 나도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

그렇게 너에게 처음 젖을 물렸지만 모유수유가 순탄치많은 않았어.

너에게 젖을 물린 그날부터 내 몸에서는 젖이 돌기 시작했고, 밤이고 낮이고 심지어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도 3시간 마다 유축을 해서 너에게 갔어.

신선한 초유를 먹이겠다는 그 일념하나로, 제왕절개로 걷기도 힘들만큼 아픈 배를 움겨쥐고 신생아실을 왔다 갔다 했었지...

지금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초인적인 힘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게 바로 모성이라는 걸까?

산모교실을 다닐때부터 모유수유가 좋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었고, 엄마는 당연히 모유를 먹여야겠다고 다짐을 했었어.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라..

젖은 계속 불어나서 가슴은 딱딱해지고 아픈데 너에게 젖을 물리면 곧 잠들어버리기 일쑤고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넌 젖을 먹을 생각이 없고..ㅠㅠ

다시 차오르는 젖을 짜주지 않으면 모유가 말라버린다고 하니 조리원에서 시키는대로 3시간마다 유축을 했어.

자다가 일어나서 유축하고, 또 다시 자고 다시 일어나서 유축하고.. ㅠㅠ

내가 젖소인지 산모인지 사람인지 나중에는 잠을 제대로 못자니 정신이 헤롱헤롱 머리가 지끈지끈..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유축한 모유를 먹이고 있었는데 집에와서 내 젖을 물려보려고 하니 네가 거부를 하네??

왜 가슴만 갖다대면 그렇게 자지러지게 우는지.. 엄마는 그때 처음으로 '유두혼동'이라는걸 알게되었어.

아기가 1달쯤 되면 젖병이나 젖꼭지중에 한가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넌 젖병을 선택했지 뭐니.. ㅠㅠ

그런데 바로 젖을 먹어주면 좀 편할것 같은데 네가 도무지 그럴 생각이 없으니 계속해서 엄마는 유축하고 먹이고 유축하고 먹이고..

신생아라 수시로 젖을 먹어야 하니 정말 잠이 부족해서 두통약을 달고 살았단다. 지금 생각하면 왜그리 무식하게 모유를 고집했는지 나도 모르겠어.. ㅠㅠ

아빠 벌이가 시원찮아서 분유값이라도 아껴야 했다는 힘든 얘기는 안하고 싶지만 ㅠㅠ

그런데 분유를 먹이려고 하면 맛을 알아버린건지 안먹으려고 하니 엄마는 계속해서 유축을 해야만 했단다.

결국 그 모습을 본 외할머니의 특단의 조치!

그냥 달래서 계속 젖을 물려라.. 아무리 울어도 젖을 물려야지 언제까지 유축해서 또 그걸 먹이고 또 유축을 하고 그렇게 할거냐..

근데 신기하게도 넌 잠을 자다가는 젖을 물리면 거부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엄마도 계속 노력을 했어. 젖을 먹기 싫어서 그런건 아닐거다.. 젖꼭지가 익숙치 않아서 젖병을 찾는거니까 아예 젖병을 잊게 만들자..

아.. 정말 험난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어르고 달래가며 일주일, 열흘.. 한달... 어느덧 넌 젖을 잘 물기 시작했어.

알고보니 젖이 돌기 시작하면 젖이 물총처럼 마구 뿜어져 나오는 '사출'이란걸 하는데 그게 아기가 느끼기에는 물에 빠진것 처럼 괴롭다는구나..ㅠㅠ

그걸 극복해야하는데 아직 어린 너에게는 조절할 수 있는 요령이 없으니 젖이 돌면 살짝 뺐다가 짜내고 다시 물리고 그걸 계속 반복했었지.

정말 지금 생각해도 다시 하라면 그리 못할것 같다. 너무너무 힘들었거든.

그래도 그렇게 노력노력 한 끝에 결국 넌 젖병을 거부하는 아이가 되었어. ㅎㅎㅎ

아빠를 닮아서 넌 "한놈만 패!!!" 스타일인가봐. 도아니면 모! 한우물만 판다~!!! ㅋㅋ 뭔가를 좋아하면 그것밖에 모르는 아빠도 아기때 좋아하는 누크 젖꼭지가 있었는데 구멍이 나고 찢어지도록 그 젖꼭지만 빨았다고 하더라고..ㅎㅎㅎ

그래도 엄마는 모유를 먹이겠다는 일념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젖병을 거부하는 것은 견딜수 있었단다. 

다만 엄마가 아니고서야 너에게 아무도 젖을 줄 수 없기에 너를 잠시도 어디에 맡긴다거나 떼어놓고 볼일을 볼 수 없다는게 가장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험난한 과정으로 엄마는 13개월을 완모하겠다는 목표를 넘어 1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에게 젖을 주고 있어.

네가 필요할때, 특히 잠들기 전에 항상 젖을 주었기 때문에 네가 젖을 찾는다거나 달라고 떼쓴적이 없어서 단유는 굉장히 쉬울 줄 알았다.

네가 커가면서 이유식을 먹이니 젖양도 서서히 줄어들고 예전처럼 젖이 많이 돌지도 않았기 때문이지.

그런데 얼마전 젖을 끊을려고 아빠가 널 재우면서 젖을 안주기 시작했더니 네가 엄마 가슴팍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면서 젖을 달라고 하네?? "아다아다~~"

그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ㅠㅠ

그리고 사실 네가 젖을 물고 품안에서 엄마와 눈을 맞추고 눈을 깜빡이는 모습.. 엄마 품에서 젖을 먹다가 잠든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그 모습을 더 볼수 없다고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나고 아쉬워서 엄마가 더 주고싶은거 있지?ㅎㅎ

사실은 너보다는 엄마가 단유를 할 마음의 준비가 안되있었나봐.

그래서 아직은 단유를 못하고 있어.

젖을 끊으려고 한 이후로 네가 수시로 엄마옷을 잡아당기면서 달라고 하니 더더욱 주고싶네..

마지막으로 네가 엄마 젖을 먹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달라고 할거야. 그렇게라도 해놔야 나중에 두고두고 너의 그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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